諸行無常(제행무상)
2023. 6. 26. 17:32ㆍ사유(思惟)
“색이 곧 공이고 공이 곧 색이다(色即是空, 空即是色).”
우리는 눈에 보이는 것을 보면서 그것이 존재의 전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것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고, 보이지 않는 것이 무한하다. 우리는 아주 작은 일부를 바다라고 생각하면서 무한한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눈에 보이는 사물은 아주 많다. 우리 눈앞에 손, 발, 배, 눈썹, 코 등, 그리고 타인의 얼굴, 아파트, 나무, 강, 인터넷상의 각종 정보 등 수없이 많은 것들이 있다. 부처는 이것들을 색이라고 했다. 이 색은 물질이 아니다.
부처의 논리에 따르면, 물질과 정신도 별개가 아니다. 부처는 색은 눈에 보이는 것이라고만 했다. 우리는 오온을 괴롭힐 대로 괴롭히고 난 뒤에야 색은 존재하지 않음을 깨닫는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물질도 정신도 아니고 바로 오온이다.
부처가 말한 색즉시공이란 눈에 보이는 사물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 우리가 눈앞의 것들을 보면서 그것이 수시로 바뀐다는 사실을 떠올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무궁무진하게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일깨워 주는 것이다.
색즉시공이라는 부처의 일갈을 귀담아듣는다면, 우리는 자아의 비좁은 세상 속에 얽매여 있지 않을 수 있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은 수시로 바뀌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무궁무진하게 있음을 안다면,
그때 비로소 자아의 비좁은 세상에
얽매이지 않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