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마성스님

2023. 8. 8. 17:42여러 가르침 (經,律,論)

나의 일생(출가 후)에서 전반기 25년은 불교를 공부하는 수학의 기간이었다. 그리고 후반기 25년은 대학이나 여러 단체에서 불교사상을 강의하거나 집필에 전념한 교화의 기간이었다. 나의 경험에 따르면, 불교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불교사상을 가르치면 대부분 수긍하고 받아들인다. 그러나 가장 가르치기 어려운 부류는 출가한 승려들이나 오랫동안 대승불교 신행 활동을 해온 재가 신자들이다. 이들은 이미 불교에 관한 잘못된 선입관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불교학에 관한 최근의 연구 결과를 소개하면 심한 거부감을 드러낸다.

나도 그러한 과정을 거쳤다. 처음 내가 스리랑카로 유학을 가서 비교적 규모가 큰 사찰에 거주하게 되었다. 그 사찰에 살면서 받은 문화적 충격은 너무나 컸다. 한국불교 사찰의 일과는 조석 예불과 사시불공, 사십구재나 천도재 등을 지내는 것이다. 그런데 테라와다(Theravāda, 上座部) 전통에서는 198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조석 예불과 사시불공, 사십구재나 천도재를 지내지 않았다. 그러나 요즘에는 테라와다불교 국가에서도 대승불교의 영향을 받아 일부 사찰에서는 예불과 불공을 올리기도 한다. 그리고 테라와다 전통에 따르면 신중은 법당 안에 들어올 수 없고, 십일면관세음보살상 등은 사찰에는 없고 힌두교 사원에서 숭배되는 것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나는 왜 이러한 신행의 차이가 생기게 되었는가에 대해 그 분야의 전공 학자들에게 물어보기도 하고 깊이 궁구 하였다. 그리하여 나름대로 교리에 입각한 확고부동한 불교관을 확립하게 되었다. 필자가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는가?’ 하면, 인간의 고정관념은 쉽게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붓다는 <마하니 다나 숫따(Mahānidāna-sutta, 大緣經)>(DN15)에서 인간이 쉽게 변하지 않는 근본 원인은 네 가지 ‘집착(upādāna)’ 때문이라고 했다. 네 가지 집착(cattāri upādānāni)이란 ① 감각적 욕망에 대한 집착(kāma-upādāna, 欲取), ② 견해에 대한 집착(diṭṭhi-upādāna, 見取), ③ 계율과 의례에 대한 집착(sīlabbata-upādāna, 戒禁取), ④ 자아의 교리에 대한 집착(attavāda-upādāna, 我語取)이다. (DN. Ⅱ. 58.) 특히 네 가지 집착 중에서 견해의 집착에서 비롯된 고정관념으로 말미암아 아소견(我所見, attaniya-diṭṭhi)이 형성한다.

첫째, 어떤 사람이 감각적 욕망에 사로잡히면 눈이 멀어 그 어떤 충고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결국 패가망신하게 된다.

둘째, 견해에 대한 집착 때문에, 새로운 학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어떤 학자는 자기의 주장이 잘못된 것임이 이미 밝혀졌음에도 끝까지 자기 견해를 버리지 않는다. 이러한 사람은 진리를 추구하는 학자라고 할 수 없다.

셋째, 계율과 의례에 대한 집착은 잘못된 맹세나 자신이 행하고 있는 의례가 진리라고 고집하는 것이다. 의례란 방편일 뿐이며 시대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한다. 이를테면 힌두교도들이 갠지스강에서 목욕하면 모든 죄업을 씻을 수 있다고 믿는 것 등이 계금취견(戒禁取見)이다.

넷째, 자아의 교리에 대한 집착은 불변하는 자아나 영혼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아무리 반복해서 말해도 끝까지 불변하는 자아가 있다고 고집하는 것이다.

이러한 네 가지 집착은 붓다가 직접 설한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러한 붓다의 교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이러한 네 가지 집착 때문에, 인간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이런 사람에게 하는 충고는 부질없는 것이다. 자기 스스로 깊이 사유하여 스스로 깨닫기 전까지 인간은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간혹 지금까지 갖고 있던 자신의 고정관념을 버리고 새롭게 태어나는 사람이 있다. 우리는 그런 사람을 훌륭한 사람, 정진하는 사람이라고 칭찬한다. 모름지기 진리를 추구하는 구도자라면, 자신의 견해가 잘못된 것임을 알았을 때 과감히 버려야 한다. 법(法)도 버려야 하거늘 하물며 비법(非法)이야 말해서 무엇하겠는가.

2023. 8. 8.
마성/ 팔리문헌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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