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9. 11. 12:13ㆍ여러 가르침 (經,律,論)
많은 사람이 “모든 종교의 가르침은 똑같다”라고 말한다. 이 말은 어느 측면에서 보면 타당하다.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 보면 타당하지 않다. 종교 간의 대화나 평화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내세우는 논리가 바로 모든 종교는 똑같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모든 종교는 나쁜 짓을 하지 말고 착한 일을 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불교도 다른 종교와 크게 다를 바 없다. 불교에서도 “모든 악을 짓지 말고, 온갖 선을 받들어 행하라(諸惡莫作 衆善奉行)”라고 가르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교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한 발짝 더 나아가서 “스스로 그 마음을 깨끗하게 하는 것, 이것이 모든 부처님의 가르침이다(自淨其意 是諸佛敎)”라고 설한다. 여기에 불교만의 고유한 특징이 있다. 이 게송은 <담마빠다(Dhammapada, 法句經)> 제183게(偈)에 나온다.
“sabbapāpassa akaraṇaṃ kusalassa upasampadā, sacittapariyodapanaṃ etaṃ buddhāna sāsanaṃ.”(Dhp.183) 이것을 동아시아불교에서는 ‘칠불통계게(七佛通誡偈)’라고 부른다.
이 게송의 전반부는 불교의 보편성을 나타낸 것이고, 후반부는 불교의 특수성을 나타낸 것이다. 전반부는 조과도림(鳥窠道林, 741~824) 선사와 백거이(白居易, 772~846)와의 일화에서도 보듯이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이야기이지만, 팔십 노인도 행하기 어렵다고 말한 내용이다. 이처럼 모든 종교는 사회악을 뿌리째 뽑아 버린 지고선(至高善)을 추구한다.
반면 이 게송의 후반부는 ‘스스로 그 마음을 정화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다른 종교에서 말하는 신(神)의 계시나 가피로 인간이 구원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수행을 통해 그 마음을 깨끗하게 정화해야 한다는 것이 붓다의 가르침이다. 이 점이 극명하게 다르다.
인도에서 발생한 종교나 철학은 모두 존재 혹은 유(有, sat)에 대한 의심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고, 괴로움(dukkha, 苦)에 대한 느낌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즉 괴로움의 진상을 밝히려는 것이 목적이 아니고, 그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따라서 인도의 종교‧철학에서는 모두 ‘해탈(解脫, mokṣa)’을 이상으로 삼는다. 또 인도의 브라만교, 자이나교, 아지와까(Ājivaka, 邪命外道)에서도 탐욕‧성냄‧어리석음이 인간을 타락하게 만드는 근본 요인이라고 설한다. 그러나 그들은 탐욕‧성냄‧어리석음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수행해야 하는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그 설명도 합리적이지 못하다. 그러나 불교에서는 탐(貪)‧진(瞋)‧치(癡) 삼독(三毒)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성스러운 여덟 가지 길[八支聖道]’을 닦아야 한다고 분명하게 제시하고 있다. (AN.Ⅰ.217)
또한 인도의 종교‧철학은 크게 둘로 구분한다. 유파(有派)와 무파(無派)가 그것이다. 유파란 베다(Veda), 이쓰와라(Īsvara, 자재신 또는 창조신), 빠라로까(paraloka, 내세 또는 영혼불멸)라는 세 가지가 절대로 있다고 믿는 부류이다. 반대로 무파란 그러한 세 가지가 없다고 믿는 부류이다. 전자는 브라만교(지금의 힌두교), 육파철학이 이에 속하고, 후자는 불교와 자이나교와 짜르와까(Carvaka, 인도 유물론, 順世派)가 이에 속한다. 특히 불교는 베다나 창조신을 믿지 않는 철저한 무신론이다. 그 이론적 학설이 바로 불변하는 자아가 없다는 무아설(無我說)이다.
그런데 초기불교의 무아론(無我論)이 부파불교를 거쳐 점차 유아론(有我論)으로 변질함으로써 인도에서 불교가 힌두교에 흡수되고 말았다. 이러한 불교의 특수성을 간과하고 보편성만으로 다른 종교와 차이가 없다고 말하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자의 괴변에 불과하다. 만일 불교가 다른 종교와 같다면, 굳이 불교라는 종교가 별도로 존재할 필요가 없게 된다. 결론적으로 불교의 특수성을 간과하고, 불교의 가르침이 다른 종교와 아무런 차이가 없다고 말하는 자가 있다면, 그는 분명히 불교를 파괴하기 위해 나타난 마군(魔軍)이라고 단정해도 좋을 것이다.
2023. 8. 21.
마성/ 팔리문헌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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