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마음은 본래부터 청정한가? - 마성스님

2023. 9. 11. 12:16여러 가르침 (經,律,論)

지난번 「불교의 보편성과 특수성」이라는 글에서 ‘그 마음을 깨끗하게 하는 것(自淨其意)’이야말로 불교의 특징을 드러낸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불교에서는 자신의 마음을 정화(淨化)하여 ‘지금 여기에서’ 열반을 실현하는 것, 즉 현법열반(現法涅槃)을 궁극의 목적으로 삼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인간의 마음이 본래 청정한가?’ 아니면 ‘본래부터 청정하지 않은가?’라는 문제가 제기된다. 이에 관해 부파불교 시대에는 치열한 논쟁이 있었다.

<이부종륜론(異部宗輪論)>에 따르면, 대중부(大衆部)와 분별론자(分別論者, 지금의 상좌부)는 인간의 심성은 본래 청정하다는 ‘심성본정설(心性本淨說)’을 주장했다. 그러나 설일체유부(說一切有部)를 비롯한 나머지 부파에서는 정반대로 ‘심성은 본래 청정하지 않다’라는 ‘심성본부정설(心性本不淨說)’을 주장했다. 대중부의 주장에 따르면, “심성(心性)은 본래 청정한데 객진(客塵)의 수번뇌(隨煩惱)에 섞여 물들게 되어 부정(不淨)하게 된다고 설한다(心性本淨, 客隨煩惱之所雜念, 說爲不淨).” (T49, 15c) 이것은 중생들의 심성은 본래 청정한 것인데, 객으로 따라온 번뇌에 섞여 물들게 되었다는 것이다. 심성본정설의 키워드는 ‘심성본정(心性本淨)과 객진번뇌(客塵煩惱)’의 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설일체유부에서는 어떤 논리적 근거로 심성(心性)의 불청정설(不淸淨說)을 주장하였는가? <대비바사론(大毘婆沙論)> 제27권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1)만일 마음의 본성이 청정한 것인데 객진번뇌에 더러워졌기 때문에 모양이 청정하지 않다고 한다면 어째서 객진번뇌의 본성이 더러운 것이 본성이 청정한 마음과 상응하기 때문에 그 모양이 청정해지지 않는 것인가? (2)만일 객진번뇌의 본성이 더러운 것이, 비록 본성이 청정한 마음과 상응한다고 하더라도 모양이 청정해지지 않는다면 역시 마음의 본성이 청정한 것은 객진번뇌의 모양이 청정하지 않은 것을 말미암지 않을 것이니, 뜻이 서로 유사하기 때문이다.” (T27, 140b-c)

위 인용문에서는 두 가지 근거로 ‘심성본정설’이 잘못된 주장임을 지적하고 있다. 첫째는 청정한 마음이 객진번뇌에 의해 더러워졌다면, ‘왜 객진번뇌는 청정한 마음과 같이 깨끗해지지 않는가?’라고 반문하고 있다. 둘째는 객진번뇌가 청정한 마음과 상응하여 청정해지지 않는다면 객진번뇌 때문이다. 그러므로 심성은 본래 청정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대비바사론> 제27권에서는 계속해서 분별론자의 심성본정설을 다음과 같이 비판하고 있다.

“또한 이 본성이 청정한 마음은 객진번뇌보다 먼저 생긴 것인가? 같은 때에 생긴 것인가? 만일 먼저 생겼다면 마음이 생긴 뒤에 머물러서 번뇌를 기다리려야 한다. 만일 그렇다면 두 찰나[二刹那]를 지나며 머물러야 하므로 종(宗)을 어긴다는 허물이 있다. 만일 같은 때에 생겼다면 어떻게 마음의 본성이 본래 청정하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그대의 종(宗)은 미래의 마음은 본래 청정하다고 말할 수 있다고 하지 않는다. 이와 같은 다른 종(宗)의 바르지 못한 집착을 중지시키고 자기 종(宗)의 올바른 도리를 드러내기 위해 이것을 논하는 것이다.” (T27, 140c)

위 인용문은 설일체유부에서 대중부와 분별론자들이 주장하는 ‘심성본정설’이 허구임을 논증한 것이다. 즉 설일체유부에서는 ‘본성정심(本性淨心)이 객진번뇌보다 먼저 생긴 것인가? 아니면 동시에 생긴 것인가?’라고 묻고, 분별론자의 주장이 잘못된 것임을 논증하고 있다. 첫째는 본성정심이 객진번뇌보다 먼저 생겼다면 뒤따라오는 번뇌를 기다려야 한다. 그러면 마음이 두 찰나 동안 머물러야 한다는 모순이 생기게 된다. 둘째는 본성정심이 객진번뇌와 동시에 생겼다면 마음의 본성이 본래부터 청정하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설일체유부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심성본정설’을 거부하고, ‘심성비본청정설(心性非本淸淨說)’을 주장했다.

그러나 후대에 성립된 대승불교에서는 대중부에서 주장한 이 심성본정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다. 이 심성본정설을 바탕으로 대승불교에서는 여래장(如來藏) 사상이나 유식(唯識) 사상으로 발전시켰다. 그뿐만 아니라 여기서 한 단계 더 발전시킨 것이, 본각사상(本覺思想)이나 심본주의(心本主義)이다. 이에 관한 내용은 다음에 하나하나 자세히 검토해보고자 한다.
2023. 9. 6.
마성/ 팔리문헌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