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찰

2023. 7. 4. 04:13여러 가르침 (經,律,論)

쉽게 지나쳐버리는 것을 찾으라.

인생에는 욕망만 좇다가 지나치게 되는
아름다운 풍경이 많다.
평생 행복하고 즐거우려면 멀리가 아니라
자기 눈앞, 마음속에 있는 작은 행복을 찾으라.

불안하지 않게 사는 법
(페이융 지음, 허유영 옮김) 중에서...


우리는 해탈의 지혜가 이미 자기 마음속에 있다는 것을 모른 채 외부에서 찾기 위해 열심히 뛰어다닌다. 그러면서 끊임없이 잃고 좌절하며 자기 마음속에 이미 지혜가 있음으로써 누릴 수 있는 희열을 놓쳐 버린다.
우리 곁에 항상 있는 풍경은 눈만 돌리면 볼 수 있지만 그걸 발견하지 못한 채 멀리 있는 것만을 찾는다. 많은 돈과 시간을 들여 유명 관광지를 찾아가 수많은 관광객 사이로 인공 장식품을 기웃거린 후에 지친 몸으로 집에 돌아온다.
그런데 집으로 들어가다가 무심코 시선을 돌려 집 앞 작은 골목에 서 있는 오래된 나무와 얼룩진 담장을 보고는 그것이야말로 다른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아름다운 풍경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사람은 참 이상한 존재다. 평생 행복과 즐거움을 추구하면서도 바로 자기 눈앞, 자기 마음속에 있는 작은 행복은 쉽게 간과하거나 옆으로 밀어 둔 채 멀리 있는 것을 찾아 헤매니 말이다.

정토종 8대 조사 연지대사도 이런 게송을 지었다.

조주선사가 여든에도 도를 찾아 곳곳을 돌아다녔으나
마음속 번뇌가 사라지지 않았는데
돌아와 할 일 생각 없어지고 나서야
짚신에 헛돈 쓴 것을 알았다네

자기 마음은 바로 자기 몸속에 있으므로 멀리 찾아 헤맬 것 없이 곧바로 마음속으로 들어가기만 하면 된다.
하늘은 우리 머리 위에 있고 달빛은 언제나 창을 비춘다. 소식은 〈적벽부〉에서 “귀로 들으면 소리가 되고 눈으로 보면 빛을 이루니 그것을 가져도 막는 이 없고 그것을 써도 다함이 없네.”라고 했다. 우리가 바로 지금 눈앞 풍경을 누리겠다는데 누가 그걸 막을 수 있을까? 그런데도 그것을 누리려는 사람이 별로 없다. 우리는 늘 바쁘다는 이유로, 또 목표를 향해 매진해야 한다는 이유로 걸음 한번 멈추고 눈 한번 들어 대자연의 본모습을 감상하려고 하지 않는다. 우리가 눈을 들어 쳐다보기만 하면 어디에나 있는 아름다운 풍경인데도 말이다.

궁남지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죽음을 기다리던 한 소녀가 일기에 이렇게 썼다.

“하늘은 정해진 양만큼만 배급되는 것이 아니라 행복하다.”

우리가 오랫동안 곱씹어 볼 만한 말이다. 우리에게는 언제든 마음껏 올려다볼 수 있는 하늘이 있고, 그 하늘을 볼 수 있는 맑은 눈이 있으며, 곧 죽음이 닥칠 것이라는 불안감도 없다. 그런데 우리는 왜 이렇게 불안과 우울 속에서 쳇바퀴 돌 듯 똑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을까?
인생에는 우리가 원하는 것을 열심히 좇다가 지나쳐 버리는 아름다운 풍경이 많다. 이 세상을 떠나는 날 뒤돌아보면 우리가 무엇을 놓치고 지나쳐 버렸는지 깨닫게 될 것이다.
해탈의 지혜는 이미 우리 마음속에 있지만 우리가 그것을 깨닫지 못해 그 지혜가 발휘되지 못하는 것이라고 혜능은 말했다. 우리는 왜 그것을 깨닫지 못할까? 자기 자신을 바깥세상으로만 내몰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자리를 옮기거나 돈을 많이 벌기만 하면 행복해질 거라고 착각하고 있다. 환경이 바뀌면 자기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고 잘못 믿는다.

우리는 늘 자신이 처한 환경을 원망한다. 그런데 그렇게 정신없이 분주하게 사는 것은 결국 무엇을 얻기 위함인가?
혜능은 자기 마음이 차분하다면 바깥세상도 조용해진다고 말했다.
“마음이 욕심에서 멀어지면 저절로 외진 곳에 살게 된다네.”라는 도연명 시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자신이 좋은 사람이라면 저절로 좋은 사람을 만나게 되고, 자기 마음이 즐거우면 무슨 일을 하든 심신이 건강해진다. 또 자기 마음이 아름답다면 하늘이 자신에게 준 본모습대로 살기만 해도 아름다운 사람이 될 수 있다.
석가모니는 “깨달음을 얻은 이는 언제 어디서 어떤 상황에 처하든 마음이 차분하고 즐겁다.”라고 말했다.
돈이 있어도 즐겁고 돈이 없어도 즐겁고, 애인이 있어도 즐겁고 애인이 없어도 즐거우며, 명예가 있어도 즐겁고 명예가 없어도 즐겁다. 자신의 행복을 어떤 조건에 종속시키지 않으면 그저 숨만 쉬고 있어도 즐겁고 행복할 수 있다.

이태호作.반가사유상


행복한 사람은 풍경 바라보듯 인생을 대하고, 우울한 사람은 마라톤 경주하듯 인생을 살아간다. 살면서 닥치는 모든 것을 풍경으로 생각하면 무슨 일이든 꽃이 피었다가 시들고, 해가 떴다가 저물고, 바람이 불고 버들가지가 흔들리고 기러기가 멀리 날아가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다.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는 마음으로 이 세상을 바라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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