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욕

2023. 6. 21. 08:41여러 가르침 (經,律,論)



한산이 자신의 친구인 미치광이 선승 습득에게 물었다.
“세상에서 누가 나를 비방하고 못살게 굴고 나를 욕되게 하고 비웃고 또 나를 무시하고 천대하고 미워하고 속인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러자 습득이 대답했다.
“참고, 양보하고, 내버려 두고, 피하고, 인내하고, 공경하고, 그를 상대하지 말게. 그인 요러면 몇 년 뒤에는 그들이 그대를 보게 될 것이네.”

이런 인내는 최후의 승리를 위해 인내하는 중국식 권모(權謀)와 비슷하지만, 인욕의 인내는 그 대가로 승리가 찾아오지 않는다는 점에서 다르다. 나중에 상대가 어떻게 되든 자신과는 아무 관계도 없으므로 몇 년이 지난 뒤에 자신은 그를 볼 필요가 없다.




금강경에 이르기를...

“수보리야, 내가 옛날 가리왕에게 몸이 갈기갈기 잘렸을 때 나는 무엇이 나인지 무엇이 타인인지 또 무엇이 중생인지 무엇이 목숨인지도 생각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나의 사지가 마디마디 잘릴 때 내 마음에 무엇이 나이고 무엇이 타인이고 또 무엇이 중생이고 무엇이 목숨인가에 대한 원망과 미움이 생겨났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가장 철저한 인욕의 경지다.
어떤 이가 부처를 욕했다. 하지만 부처는 화를 내지 않고 담담한 어투로 그에게 물었다.
“그대가 누군가에게 선물을 주었는데 상대가 받지 않는다면 그 선물은 누구의 것인가?”
그가 대답했다.
“물론 내 것이지요.”
부처가 말했다.
“그렇다면 방금 전 그대가 내게 한 욕을 내가 받지 않는다면 그 역시 그대의 것이네.”

부처는 누가 자신을 욕하는데도 화를 내지 않고 자비를 베풀었다. 자신을 욕한 사람에게 남을 욕하면 악한 결과가 자신에게 돌아올 수 있음을 가르쳐 주며 업을 짓지 말라고 타이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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